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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부활의 삶을 사는 출소자들'

교육홍보 2010-04-12 조회  2301

[▲ 사진설명 :

1. 신앙 안에서 새 삶을 찾은 신재웅씨가 주방에서 즐겁게 요리를 하고 있다. 백영민 기자

2. 조연구씨는 많은 이들 도움으로 새 희망을 찾았다. 손님에게 양말을 건네고 있는 조씨. 백영민 기자]

[평화신문 2010년 04월 04일 발행[1062호] 기사내용입니다.


'부활의 삶을 사는 출소자들'

'이제는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십니다'

# 철판요리점 사장 신재웅씨

신자 교도관 통해 신앙에 눈 떠, 성경필사하며 고통 사라져
희망 씨앗 잘 키워 출소자들 도와주고 싶은 '행복한 요리사'

'제게 부활이란 과거의 생각을 버리고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목숨을 다해 하느님 말씀을 사는 것이죠.'

 서울 성북구 석관동 철판요리점 사장인 신재웅(스테파노, 46)씨는 '누구에게나 주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오는데, 저는 그 도움의 손길을 늦지 않게 잡았다'며 안도의 눈빛을 내비쳤다.

 그는 '매 순간 일상에서 하느님이 베풀어주시는 은혜를 느끼며 산다'고 털어놓으며 '빛과 어둠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도 했다.

 무역업을 하다 크게 부도를 낸 신씨는 2년간 도피생활을 하다가 경제사범으로 수감됐다. '내가 왜 여기에, 성공이 눈 앞에 있었는데…'라는 생각들로 자신을 괴롭히다 자살을 시도했다. 그가 신앙에 눈을 뜬 건 가톨릭 신자 교도관이 그를 보살피면서다. 신씨는 신부를 찾아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을 물었고, 신부는 그의 손에 성경을 얹어줬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다면 성경 말씀대로 살아가겠습니다.'

 신씨는 가장 낮은 곳까지 내려가 기도했다. 그는 성경을 쓰며 여러번 통곡했다. 그는 깨지고 부숴지면서 서서히 고통에서 해방됐고, 원한과 욕심도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출소했던 겨울 날을 잊지 못한다. 2년 전 추운 새벽, 갈 곳 없는 자신을 데리러 온 이들이 눈에 선하다. 당시 신부와 함께 배웅나왔던 한 자매가 건네준 묵주는 차에 걸고 다닌다.

 출소하자마자, 식당에서 주방일을 한 그는 지난 12월, 출소한 지 2년 만에 식당을 차렸다. 지난 해 겨울 기쁨과희망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법무부에서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한 것이다.

 그는 새벽마다 도매시장에 가서 싱싱한 해산물을 사온다. 그는 오징어를 다듬으면서도, 양파를 깎으면서도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삶은 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함께 계시는 주님께서 주신 새로운 삶을 사시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있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신씨는 '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가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저를 예수님처럼 대해주셨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앞으로 삶의 목표는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전해주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제가 받은 희망의 씨앗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또 다른 싹을 틔울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의 출소를 기다렸던 아내와 딸은 등을 돌려 홀로 남겨졌지만, 그는 신앙 안에서 새 삶을 찾았다.

 '하느님이 주신 평화를 느껴봤기에 다시 유혹이 와도 물리칠 자신있습니다. 제 뜻대로 살았을 때 결과를 훤히 보여주셨잖습니까. 하느님 뜻대로 살 때 평화를 주신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지혜 기자

 
# 양말가게 운영하는 조연구씨

출소 후 창업자금 대출 받아 아내와 함께 양말가게 운영
도움받아 일어 섰는데… '다시 어둠 속으로 갈 순 없죠'

'엄니~ 양말 면이 진짜 좋아. 색깔도 너무 이쁘네. 다섯 개에 3000원! 아니 여섯 개 줄게.'

 서울 관악구 봉천동 현대시장 앞 사거리. 아주머니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자 조연구(마태오, 43)씨가 바빠진다.

 가지각색 양말이 수북히 쌓인 트럭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고객님이 구입하신 양말 값의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쓰여 집니다'는 문구가 함께 쓰여있다. 이 글귀는 자신을 바닥으로 내리치신 하느님께 드리는 약속이다.

 '만날 술 마시고, 놀러다니고…. 승승장구 하면서 향락에 빠져 살았죠. 어느 날 하느님이 절 치시더라구요. '마태오, 너는 다시 시작해야겠다' 하시면서.'

 그는 월 매출 1억 원이 넘는 의류 브랜드 매장을 경영했다. 그런데 매출이 떨어지면서 부도가 났고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4년을 복역했다. 아들 100일날 구속된 그는 원망으로 가득찬 시간을 보냈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렇지만 반지하에서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내를 기억했다. 그는 군산직업훈련소와 청송직업훈련교도소를 옮겨다니며 제과제빵ㆍ특수용접자격증을 땄다.

 터널처럼 어두웠던 그의 마음에 빛 한줄기가 들어온 건 청송직업훈련교도소에서다. 당시 그는 아내가 가끔씩 보내오는 속옷과 생활용품으로 부족하지 않게 생활했다. 그런데 가족이 없는 한 수용자가 묵묵히 사는 모습을 보고 콧잔등이 시려왔다.  그 수용자는 밖에서 넣어주는 영치금이나 생활용품 없이 교도소에서만 제공되는 휴지 두 통과 세탁비누 한 개, 세숫비누 반토막으로 한 달을 묵묵히 사는 것이었다.

 '나보다 더 어렵게 생활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불평만 하며 살았구나….'
 그는 아내가 보내오는 생활용품들을 보며 하느님 사랑을 느꼈고, 그때부터 아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삶도 달라졌다.

 출소한 그는 지난해 6월 기쁨과희망은행에서 창업자금 1500만 원을 대출받아 서울 봉천동에 작은 양말가게를 냈다. 아내는 매장에서 양말을 팔고, 조씨는 1t 트럭을 몰고 다니며 지방 5일장을 찾아다닌다. 강원도와 충청도 등 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는 지방에서 하루 장사가 끝나면 공터에 트럭을 세워놓고 잠을 청한다. 그는 '의자를 접어 이불을 깔면 '움직이는 호텔'이 따로 없다'며 직접 등받이를 접어 보였다.

 '심심할 때는 노트북으로 영화 보고, 음악도 듣고, 내비게이션으로 텔레비전까지 볼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지역마다 특산물이 있어 먹을거리야말로 걱정없다'고 했다. 그는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딨냐'며 활짝 웃었다.

 그는 한 손님에게 잔돈을 건네주며 말했다. '저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기쁨과희망은행 후원회원들 도움으로 창업하면서, 춥고 배고픈 수용자들에게 양말 한 켤레라도 보내 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조씨는 매일 3000원을 따로 떼어놓아 모은 돈으로 양말 120켤레를 사 교도소로 보냈다. 춥고 외로운 수용자들을 위한 설 선물이었다.

 그는 지난 가을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나 쉬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빛 한줄기를 만났는데,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갈 순 없었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BOX] 기쁨과희망은행은

 가톨릭 교회가 출소자들의 창업지원을 위해 2008년 6월에 창립한 무담보 신용대출기관이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는 사회 차별과 편견으로 자립할 기회가 막혀있는 출소자들이 창업교육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하면 1인당 창업자금을 2000만 원까지 담보 없이 빌려주고 있다. 이자는 연 2%로, 5년에 거쳐 분할 상환해야 한다. 현재 50명이 넘는 출소자들이 기쁨과희망은행을 통해 새 삶을 찾아가고 있다. 후원 문의 : 02-921-5093~4,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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