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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문] 8년 11개월 수감 생활 후 음악 봉사

교육홍보 2009-04-14 조회  2494

[사진 설명 : 1. 순간적인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강씨. 수감 생활 동안 주님을 알게 되면서 그를 가득 채우고 있던 불안과 원망을 잊을 수 있었다. 빛의 세상으로 나온 지 10개월, 그는 여전히 기도에 매달리며 주님을 마주하고 있다.

2.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인 '목소리'를 오로지 하느님을 찬양하는 데 쓰기로 마음먹고, 출소 후 불러주는 곳 어디든 달려가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


8년 11개월 수감 생활 후 음악 봉사로 새 삶 사는 강세호씨(가명)[사순기획] 십자가 길을 걷는 사람들(4)
'당신을 위해 저를 온전히 바칩니다'
'감옥에서 주님을 알게된 후,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렸고 분노·불안 모두 잊고 '빛의 삶'을 살리라 다짐했습니다'

■ 회개한 우도, 낙원에 살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저 사람은 누구인가. 힘겨워 눈조차 뜨지 못하면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비는, 저 사람은 누구인가. 저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았다. 십자가의 길, 가시밭 길, 조롱당하던 길. 소리를 지를 만도 한데 묵묵히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 뜻대로 하라고 기도하는 저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예수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 오른쪽, 이름도 없는 죄인이 예수의 십자가의 길을 보고 회개한다. 그리고 예수와 똑같이 십자가에 매달린 채로 당신이 하늘나라에 드는 그 날, 자신을 기억해달라고 기도한다. 고통 받는 예수님 가장 가까이에서 그 분의 임종을 지킨 이, 그는 회개한 우도(右盜), 이름 모를 죄인이었다.

여기 이 시대의 이름 모를 죄인이 있다. 10년 전 한 순간의 실수로 빛을 버리고 어둠을 살아야 했던 강세호(가명?안드레아)씨. 그는 8년 11개월 동안 십자가에 매달린 채 오랜 형벌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그 시간 그를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빛의 그리스도였다.

“순간적인 실수로 끔찍한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주님께서 수차례 저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로 경고하셨지만, 그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살인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는 1999년 6월 13일 10년형을 선고받고 수인이 됐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어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차가운 감방에 돌아누워 누군가를 향한 원망을 담아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넣어준 성경책에다 소리질렀다.

“하느님, 당신이 계시다면 저의 이 분노를 삭여줘 보시오. 거친 내 숨소리를 잠재워 주시오. 이 입에서 욕이 나오지 않게 해 보시오. 그러면 당신을 믿겠소.”

그렇게 기도도 아닌 기도를 바친 지 3일 만에, 그의 입에서 욕이 사라졌다. 남이 하는 욕도 듣기가 싫어졌다. 그는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하느님께 매달리기 시작했다. 가족에 대한 걱정도,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모두 하느님께 맡기고 오로지 기도에만 매달렸다. 교도관에게 묵주기도를 배워 밤이고 낮이고 성모송을 외웠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밴드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그는 수감된 지 3개월 만에 종교방으로 스카우트됐다.

“사람들이 들으면 이상하겠지만, 저는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출감되는 날까지 매일 묵주기도 15단을 바쳤습니다.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요. 그 안에서 종교반장, 천주교회장도 하고 성가대장으로 찬양하며 하루하루 보냈습니다. 저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었지요.”

지난 수감생활을 곱씹는 그의 얼굴은 편안해보였다. 서른여섯에서 마흔다섯, 인생의 절정기라면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그 시기를 꼬박 감옥에서 보낸 그에게 지나간 세월이 안타깝지 않냐고 물었다.

“허송세월이라니요. 저는 8년11개월이란 기간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예비하신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헤매며 방탕하게 살았던 지난날을 잊고, 새 인생을 살라고 저를 참 호되게도 꾸짖으셨습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모범수 중의 모범수였다. 자동차 정비 1급, 자동차 검사 1급, 컴퓨터 활용 1급 등 수많은 자격증을 땄다. 전국 교도소에서 30명만 선발해 중국어? 일본어 등을 가르치는 어학반에도 뽑혔다. 가족이 없어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는 교도소 내 형제들에게는 상담원 역할도 했다.

“이제까지 제 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배우고 일하고 기도하며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구원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2008년 5월 9일, 모범수로 인정받아 예정보다 1년 1개월 앞서 교도소 문을 나선 그는 이제 어둠을 버리고 빛의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하느님께서 주신 탈렌트인 ‘목소리’를 온전히 하느님을 찬양하는 데 쓰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수원교구에서 음악봉사를 하며 살아갑니다. 고영민과 선교세상, 대건아프리카 선교후원회 모임에서도 노래하고 있고요. 불러주는 곳 어디든 달려가 노래할겁니다.”

어둠을 깨고 빛의 세상으로 나온 지 10개월, 삶은 여전히 차갑고 무겁다. 그러나 그는 사순절 철야기도회에서 노래하기로 한 약속시간이 됐다며 서둘러 일어나더니 어깨에 즐거운 십자가를 메고 낙원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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