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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설립 50주년

운영지원 2020-12-09 조회  1322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설립 50주년

‘색안경’ 대신 ‘사랑’으로 응원하며 새 삶 살도록 이끌어

1970년 교도소후원회 설립
본격적인 교정사목 활동 펼쳐
재소자 대상에 국한하지 않고 ‘기쁨과 희망은행’ 운영 통해 출소자 사회 정착까지 도와
코로나19로 제약된 상황 속 심리·영적 돌봄 방안도 고민

발행일2020-12-13 [제3223호, 11면]


가톨릭교회에서 교정사목은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 나라 완성을 위해 ‘묶이고 억눌린 이들’을 배려한데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이후 교회는 재소자들을 위해 에우제니오 4세(1435), 바오로 5세(1611), 인노첸시오 10세(1655) 교황이 수감자 처우 개선 규칙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정사목이 근대적 ‘돌봄을 통한 교화’로 형태를 갖춘 건, 요한 보스코 성인이 1859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살레시오 수도회를 설립하면서였다. 성인은 산업혁명 이후 도시 인구 집중화로 발생하는 사회 범죄를 예방하고 재소자들이 올바른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사목과 돌봄 시설 건립에 앞장섰다. 교정사목은 이후 재소자들 교화 활동 및 출소 후 사회정착을 돌보는 현대적 형태로 발전했다.

한국교회 안에서 재소자들을 위한 사목에 노력해 온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현대일 신부, 이하 사회교정사목위)는 12월 13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설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한다. 사회교정사목위 50주년을 맞아 교정사목의 역사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시대 교정사목이 나아갈 방향을 알아본다.



■ 우리 교회 안에서 자생한 교정사목

한국교회 안에서 교정사목은 한국전쟁 이후 핍박받던 재소자들을 하느님 안으로 이끌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주려는 고중렬(베네딕토) 교도관을 비롯한 평신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시작됐다.

고 교도관은 1953년부터 1972년까지 서울 구치소에서 사형수 교화담당 위원으로 근무하며 사형수 500여 명에게 대세를 주는 등, 교정사목에 헌신했다. 각 교구에서도 재소자들 구원에 뜻을 둔 평신도들이 이에 동참하는 사제들과 함께 교정 시설을 방문해 복음을 전하며 교정사목을 해나갔다.

이후 정부도 수용자들을 위한 정신교육 및 교화에 종교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교회 또한 이에 발맞춰 교정사목을 체계화·조직화하기 시작했다. 평소 교정사목 활동에 관심을 보였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70년 고(故) 장흥선 신부를 초대 전담 사제로 임명하며 ‘가톨릭 서울대교구 교도소후원회’를 창립했다. 이어 각 교구별로 차례차례 교정사목을 위한 기관들이 설립돼 체계적인 교정사목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교도소후원회’는 이후 교도사목회를 거쳐 1994년 교정사목위원회, 2003년 사회교정사목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열린 ‘카리타스 창업준비센터’ 축복식에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대리 유경촌 주교가 관계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70년 4월 2일 열린 ‘가톨릭 서울대교구 교도소후원회’ 창립 총회.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밑바닥에 놓인 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정사목

흔히 교정사목을 이야기하면 ‘재소자들을 위한 종교활동’을 떠올린다. 그러나 교정사목은 출소자와 그 가족 및 피해자 가족을 비롯해 범죄로 어려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사목까지 함께 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목으로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재소자였던 박철종씨는 2009년 출소 후 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한 끝에, 현재 자영업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박씨는 출소 후 살 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서 창업을 계획할 때 사회교정사목위가 2008년부터 출소자들 자립을 위해 운영한 ‘기쁨과 희망은행’(본부장 김일호, 이하 희망은행)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그는 희망은행에서 지원받은 대출금을 토대로 5년여간 노력한 끝에 자립에 성공하고 대출한 금액 전부를 완납했다. 박씨는 “대출금으로 가게를 열고 첫 수익을 얻은 날 ‘이제는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펑펑 울었다”고 말한 바 있으며, 현재까지도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박씨와 같은 출소자들이 자립하는데 발판이 된 희망은행은 이외에도 출소자 및 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소자본 창업에 관한 창업 컨설팅도 해오고 있다. 이는 지난 12년간 많은 출소자들이 사회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사회교정사목위 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사람들이 본인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출소자들에게 ‘교회와 사회는 당신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며 “재소자들이 출소 후 창업 성공·실패 유무를 따지기 전에,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는 방지턱이자 재기에 발판이 돼 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실수하고 잘못했다고 질책하고 강한 처벌을 내리기 전에,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랑’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출소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보듬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사회교정사목위는 이 외에도 출소 후 붕괴된 가정상황으로 다시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수형자들을 위해 가족을 대상으로 의료비,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해오고 있다. 또한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2009년 피해자 가족모임 ‘해밀’을 마련, 이들을 위한 법적, 복지적 도움과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교도소 이동이 잦은 재소자들 사목을 위해 2012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가 춘계 정기총회에서 설립 승인한 ‘한국 가톨릭 교정사목 전국 협의회’(회장 현대일 신부)를 통해 교구별 교정사목 단체들과 협력해가고 있다.


2014년 9월 당시 ‘기쁨과 희망은행’ 첫 대출완납자 박철종씨 부부(앞줄 가운데)와 관계자들.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코로나19 시대 교정사목

교정사목은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과제를 맞았다. 전국 구치소 및 교도소들은 올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모든 대면 면회를 중단했다. 재소자 가족과 변호사에 한해 화상을 통한 면회, 접견만을 허용한 상태다. 이는 교정사목에도 코로나19를 대비해 새로운 방식이 필요함을 알리고 있다.

사회교정사목위는 현재 코로나19로 재소자들을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재소자 가족들을 위한 사목에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재소자 가족들을 위한 생계비 지원 대상을 13가구에서 29가구로 2배 넘게 늘렸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가지면, 다시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로 불우한 상황에 처한 재소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노역금 지원 혜택을 받는 인원도 담당 교정시설 별로 10명씩 늘렸다. 더불어 월 1회 마스크 1장을 배부받아 코로나19 예방에 힘겨운 재소자들을 위해, 관할 구치소와 교도소에 KF-94 마스크 총 3만5000장을 지원했다.

사회교정사목위는 이 외에도 교정사목에 전념하는 사제들 간 협력을 통해 일반적인 재소자 접근 방식인 미사 외에, 재소자 및 출소자 대상 심리 돌봄과 같은 새로운 방안들을 계획 중이다.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 재소자들과 일대일 면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심리상담을 해 주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 현 신부는 “교정사목이란 재소자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면서 대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미사를 하지 못한다면 이들을 위한 심리적, 영적 돌봄으로 그 방향을 변화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





기사 원문 : https://www.catholictimes.org/article/article_view.php?aid=35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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