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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5 사회사목 결산 사형제 폐지·탈핵·국정교과서… 민중 목소리 대변하며 정의 외쳐

홍보부 2016-01-13 조회  921

2015 사회사목 결산

사형제 폐지·탈핵·국정교과서… 민중 목소리 대변하며 정의 외쳐
발행일 : 2015-12-27 [제2975호, 11면]

 ▲ 사형제 폐지 특별법 발의를 위한 한국교회 8만5000여 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는 등 올 한해 교회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15년 한국교회는 세속의 권력과 자본이 휘두르는 거대한 검은 구름 속에서도 희망의 빛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소외되고 약한 사람을 짓밟고 경제적인 논리로 만물에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이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의 십자가는 오히려 더없이 빛났다. 특히 한국교회는 지난 6월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정의’와 ‘공동선’이라는 기본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복음을 전하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지키는 일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함께 울어주며,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왔다.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진리의 등불을 비춰온 한국교회의 지난 여정을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돌아본다. 



인간의 기본권을 선포하다

인권은 결코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이자 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2015년 한국교회는 사형제도 폐지,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 왔다.

사형제도는 흉악범죄를 막을 대책을 강구하는 대신 범죄 자체에 대해서만 형벌을 가하는 행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적하듯, 사형제도는 보복과 응징으로 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으로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우리나라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라고 지적하며 완전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해 양심의 깃발을 올려왔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2015년 벽두부터 국회의원들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 공동 발의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한국교회 현직 주교 26명 전원과 수도자, 평신도 등 8만5000여 명의 서명도 국회에 전달됐다.

한국교회의 이 같은 노력은 사상 처음으로 7대 종단 대표들이 한데 모여 지난 10월 사형제도 폐지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밑거름이 됐다. ‘생명 이야기 콘서트’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우리 사회에 생명의 담론을 전해주고 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도 11월 명동대성당에서 사형제도 폐지 염원을 담아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백남기(임마누엘·전 가톨릭농민회 부회장)씨가 경찰 살수차가 쏜 물대포를 맞고 중상을 입었다. 경찰의 공식 사과도 없는 가운데 사경을 헤매는 백씨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교회는 처절하게 짓밟힌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흥식 주교는 백남기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을 찾아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하고 백씨 가족들을 위로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인권주일 담화와 정기총회를 통해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면서 국민의 요구에 대해 정부가 귀를 열어줄 것을 호소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서다

한국교회는 정치적인 이유로 얼어붙은 민족 화해의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소속 주교단이 12월 초 방북함으로써 평화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곳곳에 알렸다. 이번 방북은 한국교회 주교단 차원에서 북한을 방문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내년부터 주요 대축일에 남한 사제가 북한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방안을 협의했고 장충성당 노후화에 따른 보수 문제에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아 북녘에 있던 57개 본당과 신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운동도 본격화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11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본당 중 한 곳을 ‘마음속 본당’으로 삼아 그 본당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20년 간 남북간 정치 지형이 부침을 거듭하는 속에서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바라며 지속적으로 1000번의 미사가 봉헌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교회의 힘으로 기록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1995년 3월부터 서울 명동성당에서 봉헌하기 시작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가 지난 1월 6일 미사로 1000차를 맞이한 것이다. 이 미사에서도 매주 화요일 북녘 본당 2개 씩을 지향하고 기억하는 활동을 계속 전개할 예정이다. 

역사는 권력의 것이 아니다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권력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려 한다는 점에서 수많은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한국교회 역시 가톨릭 사회교리가 근간으로 제시하는 공동선, 보조성 원리와 민주주의 원칙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부의 행위에 일침을 가했다.

먼저 정의를 외친 것은 수도자들이었다.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국정화 추진이 명백한 역사 날조 행위라며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시국기도회를 열고 반대 여론을 무시한 정부의 국정화 일방 추진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국정화 정책을 즉시 거두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도 역사학자들의 우려를 정부가 귀 기울여 들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지가 마련한 특별대담을 통해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대담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교회가 학문 활동에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국가가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거나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다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더 이상 원전이 전력 생산의 유일한 대책이 아니며, 인간 생명과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끔찍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는 1월부터 한달간 노후 원전 연장금지 입법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교회는 핵발전 기술이 미래 세대에게 가차없는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부산 고리1호기를 연장해 가동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고, 끝내 정부가 폐쇄 결정을 내리게 하는 성과를 거뒀다.

경북 영덕군, 강원도 삼척시 등에 신규 원전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교회는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안동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탈핵 천주교 연대’를 결성해 영덕군의 원전 신규 설치 백지화를 주장했다.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삼척시 원전 설치 반대 운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한국교회의 생태 보전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지역주민들이 싸워내고 있는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운동에도 그리스도의 사랑은 다가섰다. 농성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베일이 벗겨지는 모멸을 겪었던 수녀들은 지금도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그 곳에 머물고 있다. 수녀들이 참가해 밀양역 광장에서 실시되는 송전탑 반대 촛불문화제는 벌써 200여 회를 넘겼다. 수도자들의 희생이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등불이 된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삶에 기꺼이 함께하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소명을 다했다. 출범 4주년 째를 맞은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소속 사제와 수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회의 가르침을 수행하고 있다. 제주교구와 주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세운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도 지난 9월 강정마을에 문을 열었다.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해군기지로 인해 파괴될지 모르는 제주 땅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배우고 그 메시지를 발신하는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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