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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시문] 기쁨과희망은행 제4호 완납자 이석수(요아킴)씨

홍보부 2015-06-10 조회  1196

기쁨과희망은행 제4호 완납자 이석수(요아킴)씨

“빚 털어냈지만, 하느님께 갚을 빚은 아직 많습니다”
20년 수감 생활 후 출소
대출금 2000만원으로 창업
마을버스 운전기사 병행
5년만에 대출금 모두 변제 

교정기관 등 찾아 강연 펼치고
이웃 기쁘게 해주려 거리공연도
발행일 : 2015-06-14 [제2948호, 5면]

“빚을 다 털어내서 이제 개운합니다.”

지난 1991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1급 모범수로 출소한 이석수(요아킴·55·사진)씨. 그가 마침내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성은 신부) 산하 기쁨과희망은행(본부장 황봉섭, 이하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2000만 원을 모두 상환했다. 은행은 이로써 네 번째 완납자를 맞이하게 됐다. 그는 “이 은행은 사막의 오아시스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라며 “여기까지 온 것은 전부 은행 덕분”이라고 극찬했다. 

이씨는 지난 2010년 3월 출소한 뒤 대출금을 가지고 ‘무지개 출장광택’으로 창업했다. 창업의 부푼 마음도 잠시, 오랫동안 두 딸을 홀로 키우며 옥바라지 해온 아내가 출소 6개월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그는 병원비를 벌기 위해 발로 뛰며 출장광택과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겸했다. 치유에 도움이 된다는 식이요법과 용하다는 한방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허사였다. 결국 지난해 5월 12일 아내는 2년6개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은 이씨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이씨는 아내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인생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침내 그는 지난 2013년 ‘배정수’라는 필명으로 「행복한 사형수」(328쪽/1만5000원/국보)를 펴냈다. 필명은 그의 양아버지인 배기원(알폰소) 전 대법관의 성에서 따온 것이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부터 깊은 감사까지 모든 것을 담았다. ‘첩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에 분노를 키워오던 어린 시절, 1심 사형선고 순간 봤던 아내의 얼굴, 2심 무료변론을 맡아준 변호사이자 훗날 양아버지가 된 배기원 전 대법관과의 만남, 무기징역과 20년형으로 감형되던 순간의 감동, 교도소에서 자격증을 7개나 따고 독실한 신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등이 담담한 어조로 드러난다.

수감시절 ‘가톨릭 수사’라는 별명으로 모범을 보이며 살아왔던 그는 현재 교정기관과 보호관찰소 등지에서 강연을 다니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강연은 이미 150회를 넘겼다.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나서는 그가 극적인 회심과 변화된 삶 덕분에 각 본당에서도 강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사형을 면하게 해주시면 앞으로 주님 계명을 지키며 이웃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하며 살겠다’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활동은 그때 하느님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이씨는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수원 장안공원·만석공원·화홍문 등지에서 무료로 색소폰 거리공연에 나선다. 이웃을 기쁘게 해주려고 지난 2013년 5월부터 시작한 일이다. 잠시라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던 그는 색소폰을 불기 위해 하루 8시간 넘게 연습했다. 

“저는 밖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려야 합니다. 경제적 빚은 털어냈지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기워 갚아야 할 빚이 아직도 많습니다.”


김근영 기자 (gabino@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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