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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사형폐지법안 발의한 유인태 의원

홍보부 2015-03-19 조회  918

[가톨릭신문이 만난 사람] 사형폐지법안 발의한 유인태 의원

“천주교 8만 5천 명 서명 큰 힘… ‘생명문화’ 향해 나아가야”
대담 : 장병일 편집국장
발행일 : 2015-03-22 [제2936호, 20면]

 ▲ 유인태 의원은 “사형이라는 제도는 인류사에서 없어져야 할 형벌”이라면서, “우리나라는 17년째 집행이 없는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이므로 사형제 대신 대체형벌 등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수’ 복역 경험

20년간 5차례 ‘사형 폐지’ 법안 추진

노역 등 대체형벌로 범죄자 다스려야 

캐나다, 사형 폐지 후 살인 44%p 감소 

흉악범죄 예방에 사형 효과 없음 ‘입증’

오판 위험도 존재… 결과 돌이킬 수 없어 

입법 위해 종교인 역할·참여 중요 

“김수환 추기경을 아버지라 생각” 



19대 국회에 사형폐지법안을 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유인태 의원을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번이 5번째 발의. 유 의원은 법안 필요성, 생명 문화의 확산 등에 대해 다양한 혜안을 드러냈다. 

- 장병일 국장(이하 장 국장) : 의원님의 사형제도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민청학련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아픔 때문인지요? 

▶ 유인태 의원(이하 유 의원) : 민청학련 사건 때, 1심에서 14명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이라는 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유신헌법, 곧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제도를 고쳐보고자 데모 한 번 하려고 했던 겁니다. 악법에 항의했는데, ‘북괴의 사주를 받아 이 나라에 공산정권을 세우려고 했다’, ‘내란을 도모했다’는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거죠. 어처구니가 없잖아요. 속된 말로, 선고 받았을 때 ‘웃기고 자빠졌네’하는 심정이었어요.(웃음) 

40년 가까이 지나 그분들 모두 무죄로 판명됐어요. 그런데 무죄로 판결받기 전 8분이 사형당했어요. 나머지는 무기로 감형됐고요. 무죄판결 받으면 뭐합니까. 무슨 의미가 있는지. 

- 장 국장 : 사형제 폐지가 다시 한 번 우리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사형제도가 자연법뿐 아니라 교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여깁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인간은 피조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존재로서 그 생명 또한 존엄하다. 따라서 창조주가 아닌 어느 누구도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리는 없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나 현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계십니다. 또한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에서도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 유 의원 : 사형이라는 제도는 인류사에서 없어져야 할, 문명화된 인류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 헌법 10조에 인간의 존엄에 관한 조항이 있잖습니까. 과연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권한을 갖는 것이 맞는가. 그것이 헌법정신에 맞는가 하는 근원적인 물음이 하나 있고요. 

그 다음에, 사형제를 없애면 흉악범이 증가할 것이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선, UN이 실시한 두 차례 조사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형을 폐지한 주가 18개 주, 나머지 32개 주는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데, 사형을 폐지한 주의 살인율이 훨씬 낮습니다. 사형제가 흉악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요. 오히려 캐나다는, 사형폐지 후에 살인율이 44%p나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형제를 폐지하면 흉악범죄가 증가할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는 근거가 없다는 게 다른 여러 국가에서 검증이 된 거죠. 

오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1973년 이후 107명의 사형수들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서 석방됐어요. 일리노이 주는 2000년에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을 선언했고요. 오판으로 사형집행 된 수가 일리노이 주에서만 3명이나 된다는 발표를 듣고 사형집행 모라토리움을 선언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고귀한 생명을 오판으로 박탈한다니…, 되돌릴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흉악범죄가 증가한다는 근거도 없고, 오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 장 국장 : 방금 말씀이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된 의견인 ‘사형제 폐지는 시기상조’와 ‘강력 범죄 예방’에 대한 답변이 된 것 같습니다. 또 세계 흐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도 집행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듯 합니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범죄 피해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도 강화돼야 할 듯 한데요. 

▶ 유 의원 :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17년째입니다. 사실상 사형폐지국가인데, 이제는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켜야죠. 17년 동안 집행 안한 것을, 어느 정부든 집행을 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렇다고 하면 아예 대체형벌로 해서,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그 안에서 노역도 하고…. 근데 집행은 안 하고 몇 년 째 사형수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사실 이것도 행정을 하는 데 있어 상당한 장애가 되고 있어요. 

혹자는 “흉악범들한테 왜 우리 세금으로 밥을 먹이느냐”고 하는데 나가서 일을 하면 자기 밥값은 하지 않겠어요? 피해자 유족들 감정도 고려해봤냐고 하는데, 국가와 사회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돌봐주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국가가 사회보장 차원에서 그런 흉악범죄의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을 돌봐주는 시스템을 갖춰야지, 그냥 그놈 잡아서 단죄했으니 할 일 다했다고 하면 안되죠. 아무튼 여러 정황을 봐서, 이제는 사형제를 폐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장 국장 : 한국천주교회가 사형제도폐지 입법화를 촉구하는 8만 5천 명 염원이 담긴 서명을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종교가 앞장 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 유 의원 : 이번에 천주교에서 서명을 받아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님이 얼마 전 신자의원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강론에서 사형폐지에 동참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날 오셨던 새누리당 신자 의원들이 모두 서명을 했습니다. 추기경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제가 며칠 후에 자승 총무원장을 뵙기로 했어요. 개신교 보수교단은 사형존치고, 진보교단은 폐지인데…, 개신교 보수교단을 뺀 7대 종단에서는 다 사형폐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자승 스님께 불교신도들의 서명을 부탁하려고요. 천주교와 불교 신자 의원 수를 합치면 100명에 가까워지죠. 사실 이게 당론으로 정할 문제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 문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유흥식 주교님께도 부탁을 드렸습니다. 종교인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장 국장 : 의원님께서는 김수환 추기경님과 각별한 사이였다고 들었습니다. 김 추기경님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말씀하신 것으로 알려지는데…. 

▶ 유 의원 : 김수환 추기경님은 교회 어른이실 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어른이셨죠.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셨고, 폭정에 대해서도 꾸준히 항거하신 분이시죠.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무기로 감형된 것도 김 추기경님이 대통령께 간곡히 말씀드려 성사시킨 것입니다. 

원주 장일순 선생이라고, 사상가셨고 교육자 어른이 있습니다. 그분이 “자네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부모님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제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김 추기경님은 그 당시 불의에 저항하던 모든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셨습니다. 

- 장 국장 : 사형제도 존폐 여부는 한 사회의 패러다임 전환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폐지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사형제도 폐지문제를 ‘생명의 문화’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시급한 과제들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유 의원 : 신자유주의 폐해, 극심한 사회 양극화, 무한경쟁에 휩싸이는 아이들, 출신대학이 그 사람 장래를 결정하는 이런 문화들이 문제죠. 

정치권도 그렇습니다. 완전 승자독식의 정치체제잖아요. 국민들로부터 정치가 불신 받는 것도, 협치가 아니라 승자독식 때문이 아니겠어요. 정치협업이 아니라 죽기 살기로 이기려고 하니 문제죠. 협치가 가능한 제도로 나가야 합니다. 

- 장 국장 : 유 의원님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20년간 7번에 걸쳐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유 의원 : 저와 생각이 같은 분들이 적지는 않지만 벽에 가로 막혀 있으니 그게 문제죠. 

일곱 번이 아니라 15, 16, 17, 18, 19대, 이렇게 다섯 번이 맞습니다. 보통은 한 사람이 대표발언을 했는데, 18대에서는 세 의원이 각자 대표발언을 했어요. 그래서 7번이라 하는데, 5번이 맞습니다. 19대는 대통령께서도 사형존치를 주장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안 좋은데, 다행히 천주교 신자들이 서명하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불교에서도 거들어주면 좋겠어요. 

- 장 국장 : 세례받으셔야죠. 

▶ 유 의원 : 광주 교도소에 있을 때 교리공부를 했습니다. 재소자들은 종교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일주일에 한 번 미사 등 종교 예식에 참가할 수 있었거든요. 서울 구치소와 광주교도소에서 생활했는데, 수녀님들 덕분에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요. 그때 수녀님들 아직 살아 계신지 모르겠네요. 보고 싶습니다. ‘내 탓이오’, ‘또한 사제와 함께’ 이런 말들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몇 년을 했으니까요.(웃음) 



■ 유인태 의원은…

1948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14대·17대·19대 국회의원 

참여정부 초대 정무수석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4년 5개월 복역 


 ▲ 유인태 의원(왼쪽)과 장병일 편집국장(오른쪽)이 사형제 폐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리 김근영 기자, 사진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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