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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작은 은행의 작은 성공, 기쁨과희망은행 첫 완납자 나와

홍보부 2015-01-15 조회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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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은행의 작은 성공기쁨과 희망 은행 첫 완납자 나와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승인 2015.01.14  17:22:53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가 출소자 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기쁨과희망은행’이 시작한 지 7년 만에 열매를 맺고 있다.


‘기쁨과희망은행’은 출소한 지 3년 안의 출소자와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위한 무담보대출 은행으로 온전히 출소자들을 위한 대출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는 유일하다. 현재까지 기쁨과 희망 은행을 통해 창업과 운영자금을 대출받은 출소자들은 160여 명, 총 금액은 28억여 원으로, 이 가운데 3명이 5년의 상환 기간을 거쳐 6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대출금을 완납했다.


  

▲ 서울 성북구 삼선동 사회교정사목위원회에 '기쁨과희망은행'이 있다. 현재 황봉섭 본부장(왼쪽)을 비롯한 4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대출 관련 업무를 넘어 출소자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기에 힘쓴다. ⓒ정현진 기자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재소자와 출소자 지원 사업 중 출소자 자활 사업 부분을 확대한 ‘기쁨과희망은행’은 2006년 말, 김기섭 후원회장이 한 출소자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자연스레 제안됐다. 김 회장은 지금의 국정원인 안기부 차장을 지낸 바 있다. 그 이전부터 출소자들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울 방법을 찾던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자본금 5억 원을 마련하고 2008년 5월 첫 창업교육과 자금 대출을 시작했다.


‘기쁨과희망은행’이 일반 일반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이나 미소 금융과 다른 점은 출소자와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대출 전에 60시간의 창업교육과 사업 계획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출을 위한 필수 과정인 창업 교육은 1주일간의 기초 교육으로 시작되는데, 이 기간 동안 신청자들은 인성교육과 창업교육을 통해 창업에 대한 의지와 노하우, 운영 방안, 입지 분석,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을 배운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뒤에는 전문 컨설턴트가 계획서를 검토하고 현장을 실사하며, 면접을 통해 2차 심화 교육 여부가 결정된다.


심화교육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약정식과 대출, 창업이 진행되고, 창업 과정에서도 사후 관리가 이어진다.

대출금은 최대 2000만 원으로 보증금 1000만 원, 운영자금 1000만 원으로 정해진다. 보증금이 필요 없는 경우에는 운영자금만 10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고, 일정 기간 상환이 이뤄진 뒤에는 경영개선 자금도 최대 1000만 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다. 대출 기금은 모두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형성된다.


황봉섭 본부장은 ‘기쁨과희망은행’이 대출을 통해 이윤을 얻거나 대출 자체만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 단계에서부터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신뢰 관계 형성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이 이뤄지는 동안 직원들이 교육의 전 과정에 함께 하면서 인간적으로 서로를 알아 가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출소자들이 가진 특성, 사회적 한계도 있고, 어떤 사업적 롤모델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전체적으로 40퍼센트 이상의 회수율을 보이는데, 이는 상당히 높은 것이다. 완납자가 3명이 나왔고, 올해도 예정되어 있다.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소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구직과 창업이 어려워 생활이 힘들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모두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쁨과 희망 은행’이 실질적인 대출 지원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까닭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창업의 성공’ 자체가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재범율을 낮춰,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둔다.


법무부가 발표한 범죄 재범률은 약 23퍼센트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년에 약 2조 원이다. 하지만 기쁨과 희망 은행 대출자 약 160여 명 중 재구속자는 5명으로 약 3퍼센트에 그친다.


  
▲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장 김성은 신부. 김 신부는 이번 완납자가 나왔을 때, 감사하고 기쁜 나머지 선물을 했다면서, "어느 대출 기관이 완납했다고 선물을 줍니까"라며 웃었다. ⓒ정현진 기자

사회교정사목위원장 김성은 신부 역시 이 부분에 주목했다. 김 신부는 사회교정사목 주변에서도 ‘죄지은 이들을 왜 지원하느냐’라는 물음이 나온다면서, “하지만 이들을 지원하지 않아서 재범률이 높아지면 우리 사회가 피해를 입는다. 지원 혜택은 결국 우리가 받는 것이고, 시혜와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공동선을 위한 노력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기쁨과희망은행’ 운영상의 어려움은 또 다른 곳에 있다. ‘나쁜 범죄자들을 왜 돕는가’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후원과 기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대기업 사회공헌팀도 기업 이미지 때문에 출소자들의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많다.


김성은 신부는 “출소자 지원은 정부가 나서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수 없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서, “이번에 완납한 3명은 5년 간 많은 유혹을 견디고 버틴 것이며, 단지 3명이 아니라 그 가족들 모두를 살린 셈”이라고 했다.


김 신부는 대출을 받은 이들이 가장 고맙게 여기는 것은 대출금 보다 누군가 자신들을 믿어 줬다는 사실이라면서, “‘기쁨과희망은행’은 단순히 돈을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신뢰, 인간다운 대접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주어야 하는 곳이다.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끝까지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성은 신부는 대출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부의 고민도 많다면서, “성공할만한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 절박한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의 선택에 늘 고민하게 된다. 결국 절박함을 잘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고, 이는 완벽하지 않아도 교회가 해야 할 뜻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며, 다른 곳에서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당장은 10년을 바라보면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재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기쁨과희망은행’은 출소한 지 3년 이내인 이로서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거주하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  그리고 피해자 가족을 대상으로 지원한다. 2015년에는 3월과 9월에 창업 교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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