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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인권주일 기획] 교정시설 수용자 인권 현주소

홍보부 2014-12-04 조회  1131

[인권주일 기획] 교정시설 수용자 인권 현주소

수용자 인권보호 장치 사실상 ‘무용지물’
‘법무부 장관 청원 제도’ 반영 사례 0.1% 불과
권리구제 소송 경우에도 수용자 승소 극소수
기본 인권·처우 개선 위한 교회 움직임 미약
교정사목 활동 더불어 문제 해결 적극 나서야
발행일 : 2014-12-07 [제2922호, 7면]

 ▲ 공간적으로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곳에서 생활하는 수용자 인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는 현실에서 교회가 교정시설 수용자들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림 제2주일(12월 7일)을 인권주일로 지내는 한국교회가 교정시설 수용자 인권 문제에는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정시설 수용자는 일반적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돼 있는 ‘미결 수용자’와 형이 확정돼 수감된 ‘기결 수형자’, 사형 판결이 확정된 후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로 구분된다. 

한국교회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에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설치해 사형제 폐지를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일관되게 천명해 오고 있다. 그러나 사형수 외의 교정시설 수용자인 미결 수용자와 기결 수형자의 인권이나 처우 개선에 대해서는 한국교회 차원의 구체적인 활동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천주교 관련 단체로서 교정시설 수용자 인권과 처우 개선에 역량을 투입하는 곳은 천주교인권위원회(이사장 김형태 변호사)가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 

천주교인권위 ‘감옥인권’ 담당 상근활동가인 강성준(사무엘·39)씨는 “전국 교구별로 교정사목 부서가 설치돼 담당 사제와 수도자,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교계 제도 안에 있다 보니 교정 당국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활동에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짐작된다”며 “천주교인권위의 경우 교계 제도 밖에 위치하고 있어 활동의 폭이 넓어 천주교 관련 단체로는 유일하게 수용자 인권 개선에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가 감옥(監獄)인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교도소(矯導所)가 사람을 교화해 바른 길로 인도하는 곳이라는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단순히 범죄자의 신체를 가둬두는 곳으로 운용되는 현실을 고려했다”고 설명해 수용자의 인권 실태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수용자 인권 개선에 교회가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수용자들이 공간적으로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과 수용자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무용지물’과 다를 바 없는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행 규정상 대표적인 수용자 권리구제 방식으로 알려진 ‘법무부 장관 청원 제도’의 경우 2012년 1월~2013년 8월까지 수용자가 제기한 1844건의 청원 중 수용자 처우에 반영(인용)된 사례는 단 2건(인용률 0.1%)에 불과하다. 또한 수용자들이 2008년 1월~2012년 8월까지 국가 사법기관에 권리구제를 요청한 사례는 국가배상소송이 613건, 행정소송이 393건, 헌법소원이 303건이나 된다. 이에 대해 강성준 활동가는 “소송결과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정확한 통계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수용자가 승소한 사건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수용자 인권 개선을 위한 국가 제도가 실질적으로 무의미한 현실을 감안하면, 천주교인권위가 ‘유현석공익소송기금’에서 수용자들의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2013년 「감옥법령집」을 발간한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을 받은 소송의 승소율은 65%에 이르고 「감옥법령집」은 교정시설 내에서 인터넷 사용이 불가한 수용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천주교인권위는 「감옥법령집」에 교정 행정과 관련된 총 46개의 법규정 일체를 수록함으로써 수용자 인권 침해 구제에 길라잡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천주교인권위가 소송을 수행해 수용자의 침해된 인권을 구제한 대표적 사건으로 ‘수형자 선거권 제한 헌법소원’을 들 수 있다. 올 1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 기결 수형자는 물론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도 공직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천주교인권위는 신체의 자유와 선거권은 전혀 별개의 기본권임에도 신체의 자유 제한에 수반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규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고 헌재는 집행유예자의 선거권 제한은 위헌, 수형자 부분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강 활동가는 “수용자가 제기한 소송과는 달리 법테두리 내에서 해결 가능한 수용자 인권 문제에는 교정사목 담당 사제들이 유연하게 협력해 줬으면 좋겠다”며 “현재 교정사목에서 맡고 있는 미사나 성사 집전을 포함한 순수 종교활동도 수용자들의 종교의 자유 등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기본적 인권 실현에 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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