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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가톨릭 문화산책 영화 - 7번방의 선물

홍보부 2013-03-28 조회  2186

 
2013. 03. 17발행 [1207호]
 
잠자고 있던 '인간의 선함' 순박함으로 일깨워

▲ 용구가 대본을 암기하도록 도와주는 7번방 식구들.


우리는 주위 환경에서 수많은 영향을 받고 산다. 특히 함께 사는 사람들을 통해 상처받고 감동도 받으며 끊임없이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자극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 변화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 과정으로 우리를 이끈다.

 인간은 또한 누구나 절대자라는 신적 존재와 관계를 맺으려 한다. 아무리 끔찍한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선한 지향과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순수한 마음을 어린이를 통해 자극받아 인간다움과 진실로 향하게 한다. 굳어지고 비뚤어졌던 영적 자아가 잠에서 깨어나 '나는 누구인가'하고 자문하며 하느님의 속성을 점차 알아보는 체험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 때문에 사랑ㆍ순수ㆍ일치ㆍ평화ㆍ연대를 이끌어내는 집단적 행동을 유발한다. <7번방의 선물>에서 주는 선물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떤 체험을 했으며 어떻게 변화됐는가?

 
▲ 7번방의 선물 포스터.



 줄거리
 지적 장애를 지닌 용구는 그의 딸 예승이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한 개밖에 남지 않은 세일러문 가방을 경찰청장의 딸이 사버린다. 다음 날 경찰청장의 딸은 세일러문 가방 파는 곳을 알려준다며 용구를 데리고 앞서 뛰어가다가 돌연 죽음을 맞는다. 용구는 청장의 딸을 살리려다 누명을 쓰고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사형판결을 받아 7번방에 입소한다.
 

 바보같은 사람
 교도소 7번 방에는 밀수범ㆍ사기전과 7범ㆍ간통범ㆍ부부 소매치기범ㆍ자해 공갈범등 다양한 범죄자들이 갇혀 있다. 이들은 비좁고 누추한 방에서 그동안 길들었던 것들을 자랑삼아 말하고 상징적 행동을 휘두르며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놈이 7번 방에 들어왔다. 이놈은 아동유괴 강간살인범!! 죄질로 치면 극악범이다. 이들은 이 극악범에게 혹독한 폭력으로 신고식을 치르게 한다. 그러나 꼭지가 덜 떨어진 듯한 이상한 놈 용구는 대들거나 반항하지 않으며 미워하거나 증오할 줄도 모른 채 부당한 대우를 받기만 한다. 그는 7번 방의 험악한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믿어주며 평범한 사람으로 대한다.

 서로 위한 선물
 어느 날 반대 패거리 두목이 방장을 뾰족한 흉기로 찌르려 하자 용구는 달려가 대신에 찔린다. 순박한 용구의 행위에 방장은 감동하며 고마움을 느낀다. 방장은 용구에게 필요한 뭔가를 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용구는 물질적인 욕심이나 방장이 되겠다는 야심도 없다. 오직 사랑하는 딸 예승이를 만나고 싶을 뿐이다.

 7번 방 죄수들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이들은 용구에게 예승이를 만나게 해주려고 함께 머리를 짜낸다. 그동안 으르렁거리며 나쁜 짓을 위해 힘을 모았던 이들은 이제 뭔가 좋은 일을 하려는 실행에 옮긴다. 드디어 예승이를 교도소 7번 방으로 밀입시키는 데 성공하고 용구의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들도 진정한 그 기쁨에 서서히 동참하게 된다. 세파에 찌든 마음들이 정화되기 시작하고 단순해진다.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특사로 나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신봉식! 그는 예승이의 반입을 반대했지만 우연히 들고 들어온 예승이의 휴대폰으로 순산한 아내와 급작스레 통화한다. 그는 갓 태어난 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감방에서 세상과 소통을 이룬 것이다. 이는 범죄를 위한 소통이 아니라 생명과 기쁨을 나누는 소통이다. 예승이는 죄수들에게 생명을 전한 '선물'이다.

▲ 예승이를 상자에 넣어 밀입시키는 7번 방 식구.


 
 변화된 사람들
 마지막 법정 공판에서 용구의 누명을 벗겨주려고 용구에게 사건을 재연하게 한 7번 방 식구들은 그가 무죄임을 입증하는 대본을 작성해 암기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어눌한 용구가 성공할 리가 없다. 사형 날짜가 결정되자 이들은 열기구를 만들어 용구와 예승을 탈출시키려고 단합한다. 반대 패거리 두목도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앞장선다. 악행으로 갇힌 이들이 자신들의 죄는 까마득히 잊고 어떻게든 예승이와 아빠 용구를 살리려는 간절한 심정으로 급박한 상황에 온 힘을 모은다. 그야말로 일치ㆍ연대ㆍ협력ㆍ사랑의 현장이 된다.

 천진난만한 용구가 감방 식구가 되면서 사랑과 끈끈한 서로의 유대 관계를 체험하게 하고 웃음까지 선사한다. 여기에 인간 안에 내재하는 하느님의 이미지인 선을 재발견하게 하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죄인들이 갇히는 곳이 보이는 천국이 됐다. 이것이 기적이다. 이상한 놈이 들어와 일으킨 기적이다. 용구가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7번방의 죄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갔어야 했는데…." 이제 이들은 자신이 죄인임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고백한다.

 이들은 출소해 사회에 적응하며 떳떳하게 살게 됐다. 용구와 예승이는 감방 사람들에게 과거의 악에 묶였던 끈을 끊게 해주었다. 예수님처럼 과거의 죄를 없애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했다. 예수님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함께 사시면서 목숨을 바치심으로 사랑ㆍ소통ㆍ연대를 이룬 것이 이들 안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불 속에 휩쓸린 보안과장
 교도소 보안과장은 납치범에게 아들을 잃은 후 폐인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에게 용구는 아동을 유괴ㆍ강간ㆍ살인한 극악범이다. 어느 날 7번 방 식구들은 예승이를 밀입하여 감방에 감추려 했지만 과장에게 들키고 만다. 용구는 다시 꽁꽁 묶여 과장에게 끌려간다. 비가 철철 내리고 번개와 천둥이 요란히 치는 한밤중에 용구는 독방으로 이송된다. 꽁꽁 묶여 갇힌 용구의 어둠침침한 독방! 용구는 홀로 저 깊은 밑바닥까지 버려진다. "학대받고 천대받았지만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린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8). 예승이는 인류를 상징한다. 용구는 인류를 위해 고통 속에서도 침묵하는 어린양이다.

 그날 새벽 교도소에 화재가 발생한다. 불 속에서 석유통을 들고 소리치며 난동 부리는 화재범을 말리기 위해 과장은 문짝을 뜯고 불 속에 휩쓸려 들어간다. 용구는 과장을 구하려고 쓰러진 문짝을 밀어내고 과장을 끄집어낸다. 병상에서 과장은 용구가 눈물 콧물을 흐리며 "우리 과장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고 외쳤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바보 용구는 자기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희생하며 과장을 살려줬다. 그는 자신을 때리는 자 앞에 반항하거나 보복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몸을 내던져 희생된 예수와 같은 사람이다.

 의구심과 분노에서 차있던 과장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면 깊은 곳에서 영적 자아의 소리를 듣게 된 그는 용구의 죄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왜 죽였느냐"고 물으며 용구의 누명을 벗기려고 경찰청장을 찾아가 사면을 요청한다.  

 그러나 마지막 법정 공판에서 용구는 전 날 경찰청장이 마구 때리며 "죄 값을 달게 받아.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네 딸을 똑같이 만들어 줄 거야" 라는 말, 국선 변호사가 "당신이 죽어야 예승이가 살아, 당신 아빠지!" 라는 말이 떠올라 예승이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암기했던 대본과 다른 말을 한다. 그의 부성애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자신이 소녀를 죽였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예승이를 살려 달라고 한다.

 용구가 딸 예승이를 위해 허위로 시인하자 과장은 "용구는 지금 정신적으로 위축된 상태"라며 "네가 무슨 사람을 죽이냐, 뭐가 미안하냐!"고 소리친다. 죄수들이 형을 다 받게하는 것이 책임인 과장 오히려 죄수의 형을 면해 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후 과장은 예승이를 자신의 딸처럼 키운다. 변호사가 된 예승이는 아빠 용구가 허위자백을 강요 받았음을, 그래서 무죄임을 어렵게 밝혀낸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교도소 담장 철망에 묶여 있던 노란 풍선이 자유로이 하늘로 날아가는 광경을 실제처럼 처리하면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갈망을 상징적으로 마무리 했다.
 

 노랑 풍선은 이제 날아 갔을까?
 이 영화는 코믹드라마로 개연성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슬픈 이야기를 밝게 묘사했다. 죄수복은 보통 푸른색이고 감방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생각되지만 이 영화에서의 죄수복은 주황색이고 감방은 햇살이 비치는 따뜻한 분위기이다.

 영화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노랑 풍선, 노란 가방, 노랑 조끼, 노란 보자기…. 노란색의 의미는 태양과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또 감방 안에 있는 종교적 성물들이 시야게 들어오게 함으로써 간접적인 종교 메시지를 드러낸듯한데, 어쨌든 바보 같이 희생하는 사람이 있기에 7번 방 죄수들은 서서히 변화돼 간다.

 7번 방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방일지도 모른다. 우리 가정과 공동체,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국가가 쌓아 놓은 울타리 속의 방 말이다. 가난하고 아무런 기득권이 없어 죄인처럼 손가락질 당하는 이웃에 대한 나의 고착된 선입견, 부조리한 체제와 권력, 규범에 묶여 노랑 풍선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 우리를 방해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 이복순 수녀(성 바오로딸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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