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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 교정사목의 버팀목, 신자 교도관들

홍보부 2011-06-22 조회  2009

[2011년 6월 19일 1122호 평화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사진설명)교도관들이 울타리 안에서 느끼는 업무 부담을 잠시 잊고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고 있다.


[기획] 교정사목의 버팀목, 신자 교도관들
높은 울타리 안에서 선교사로

'교도관 생활 30년이면 15년은 징역살이'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일터는 세상과 격리된 높은 울타리 안이고, 늘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은 죄를 지은 수용자들이다. 교도관은 녹록지 않은 직업이다.

 천주교 전국교정사목협의회장 홍기환 신부는 교도관을 가리켜 '참으로 특별한 곳에서 참으로 특별한 사람들과 참으로 특별한 만남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말한다.

 신앙을 갖고 있는 교도관들은 여러 의미에서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수용자들의 아픔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어루만지는 신앙인이자, 상처받은 수용자들을 주님께 인도하는 울타리 안의 선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정사목에서 이들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11~12일 대전 정하상교육회관에서 열린 전국 신자 교도관 모임 성심회 정기총회를 찾아 그들의 사명과 신앙을 들여다봤다.

 
 # 철창 안에서 피어나는 기도


 '당신은 의인 아흔 아홉보다 회개하는 한 사람을 더욱 소중히 여기시오니/ 수감되어 상처받고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이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깊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수용자들의 죄는 그들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기에는 각박하고 차가운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오니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지고/ 이 사회의 참 인간화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게 하소서.'('수용자를 위한 기도' 중에서)

 포항교도소 교도관 황진호(베드로)씨는 출근해서 제복으로 갈아입을 때마다 이 기도를 바친다. 그의 한 손에는 묵주가 들려 있다. 퇴근할 때도 묵주기도를 바치며 관사로 걸어간다.

 황씨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오늘 내가 수용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는지, 신앙인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그들의 교화를 위해 힘썼는지를 반성하곤 한다'고 말했다.

 비단 황씨만이 아니다. 총회에서 만난 교도관들 대부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정현장에서 기도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고 있다. 근무 특성상 밤낮이 바뀌기 일쑤고, 순환근무 탓에 휴일이 평일이 돼버리고, 과중한 업무 때문에 점심식사를 20분 안팎에 해결해야 할 때도 교도관들에게 기도는 청량제와도 같다. 지친 심신을 지탱해주는 힘이자, 수용자들 교화를 위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교도관 A씨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수용자를 대할 때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속으로 주모경을 외운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죄를 짓고 왔든 선입견 없이 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님께 애원하듯 기도한다'고 털어놨다. 죄가 아니라 사람을 보기 위한 그의 필사적 노력이다.


 # 울타리 안의 선교사


 교도관 B씨는 자살을 시도했던 한 수용자를 신앙으로 이끌었다. 경제사범으로 도피생활을 하다 체포돼 복역하는 수용자였다. B씨는 그에게 주님의 사랑을 몸소 보여줬다. '하느님 믿어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가르치려하기보다는 신앙인으로서 그를 대했다.

 이런 B씨의 진심이 수용자에게 전해졌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그의 마음이 풀렸다. 2005년 세례를 받았다. 그 다음 해에는 견진성사를 받고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그는 '덕분에 교도소가 하느님 사랑이 감도는 '수도원'이 됐다'며 B씨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2008년 출소해 식당을 운영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신앙을 가진 교도관은 교도관 이전에 신앙인으로서 수용자들 교화에 힘쓴다. 교정기관에서 열리는 세례식에서 대부를 서는 교도관이 많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법 테두리로 묶어진 수용자와 교도관의 관계를 뛰어 넘어 같은 신앙 안에서 신앙인으로 만나고 있다.

 신자 교도관들은 1993년 10월 자발적으로 '천주교 전국 교도관 성심회'를 만들어 교정의 본뜻이 교정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대전교도소, 대구구치소 등 전국 40여 개 교정기관 700여 명의 교도관들로 이뤄진 성심회는 매년 한 차례 정기총회와 피정, 성지순례 등을 통해 신자 교정인으로서의 신원을 다지고 있다.

 이번 정기총회 참석한 200여 명의 교도관과 전국 교정사목 전담 사제들은 성심회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교도관들은 서울ㆍ대전ㆍ대구ㆍ광주ㆍ부산 등 5개로 나뉜 지부를 권역별로 세분화해 회원 간 교류를 활발히 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태식(요셉, 대전지방교정청 직업훈련과장) 회장을 비롯해 조종윤(로베르토, 전 광주지방교정청장) 1대 회장 등이 참석해 후배 교도관들을 격려했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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